【7화】 칠성검
섬에 들려 사람들을 내려주고 나니, 이제 뱃일을 담당하는 10명과 고향이 먼 3명. 그리고 꼬맹이 형제 도구라와 마구라만이 남아 있었다.
"섬이 보입니다!"
망대에 올라가 망을 보고 있는 선원 한 명이 전방에 섬이 있다고 외쳤고, 우리는 하선을 준비했다.
"다단님. 해군 12지부라고 쓰여 있는 걸 보니 제대로 찾아온 것 같습니다."
쌍안경으로 전방의 섬을 주시하던 항해사가 내게 다가와 해군지부에 알맞게 도착했다고 알려주었다.
세계는 너무 넓고, 해군본부가 모든 곳을 일일이 관리할 수 없었다. 그런 이유로 보통 해군 지부는 한적한 곳이나 본부가 일일이 관할 하기 힘든 곳에 위치해 세계정부 가맹국과 마을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 통상적으로 본부보다 전투력이 많이 낮으며, 특히 우리가 있는 이 이스트 블루는 다른 세 개의 바다에 비해 평균 현상금 300만 베리로 급이 떨어지는 해적들이 많아, 지부의 전력도 덩달아 약했다.
배가 선착장에 접선을 시도할 때, 우리의 배에 걸린 해적기를 보고, 해군이 달려오는 해프닝도 있었지만, 어찌저찌 수습되었다. 나는 고향이 먼 3명과 가안의 수급을 가지고 안내하는 해병의 뒤를 따라갔다. 3명은 해군에게 인도해 고향까지 돌아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고, 가안의 수급을 확인받고, 500만 베리를 받았다.
"대장, 이제 할 일은 뭐에요?"
도구라와 마구라 녀석들은 어느새부터 나를 대장이라고 부르며 졸졸 따라다니게 되었는데, 그런 녀석들을 보며 다음 일정을 알려 줬다.
"이제, 이 돈을 가지고 식량을 사서 다시 길을 떠나야지."
나는 500만 베리가 담긴 주머니를 꺼내 보였다. 금화가 서로 부딪히며 짤랑거리는 기분 좋은 소리가 났다. 드래곤과 내가 먹는 양도 많았지만, 사람도 많았기에 우리의 식량은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우리는 섬의 시장에서 식량과 물을 잔뜩 사고 돌아와 다음 섬을 향해 출발했다.
***
출항 하고 3일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도구라, 마구라 형제와 함께 낮잠을 자고 있던 내 견문색(見聞色)에 이상한 기척이 잡혀 자리에서 일어나 갑판으로 나갔다. 드래곤도 이상을 감지했는지 갑판에 나와 있는 상태였다.
"아, 다단님, 드래곤님. 일어나 계셨군요. 마침 깨우려가던 참이었습니다."
항해사가 갑판에 있던 드래곤과 나를 보더니, 다가와 말을 걸었다.
배가 향하는 곳에는 어두컴컴한 빛을 띄는 먹구름이 잔뜩 모여 있었다. 구름이 번쩍거리는 것이 번개가 치고 있었고, 그 밑의 바다는 폭풍우로 인해 큰 파도가 치는 것이 보였다.
쿠르릉! 쾅!! 쾅!!
폭풍우 범위에 들어가자 간혹 바다에 낙뢰가 꽃히는 것이 보였고, 배가 파도로 인해 넘실대기 시작했다. 드래곤과 나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갑판에서 대기했다. 끝없이 쏟아지는 비가 우리를 때리고, 파도가 선박에 부딪혀 부서졌다. 파도는 줄어드는 기미를 보이지 않고, 점점 커져만 갔다.
"어...!!"
키를 잡은 조타수의 당황한 목소리가 느껴졌다. 당연했다. 전방에 이 배를 집어삼키고도 남을 엄청난 파도가 몰려왔으니까. 그때 드래곤이 앞으로 나섰다.
용조권(龍爪拳)
『 용(龍)의 숨결(息吹) 』
드래곤의 손이 용(龍)의 발톱과 같은 모양으로 변한 후, 칠흑 같은 무장색(武裝色)으로 뒤덮였다. 그리고 거대한 파도를 향해 손을 뻗었다.
퍼엉!!!!!
파도는 드래곤의 손에 닿기 전 산산이 부셔져 버렸다. 파도의 핵에 무장색(武裝色)을 집어넣어 파도를 순식간에 와해시킨 것이다.
"""...?!!"""
이 광격을 목격한 선원들은 한동안 떡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후로도 몇 번, 같은 일이 벌어졌지만, 드래곤이 나서서 전부 해결했다.
폭풍우를 통과해 항해를 이어가던 우리의 눈에 섬이 포착됐다.
"제대로 온 것 같습니다. 아스카 섬입니다."
쌍안경을 들고 섬을 살피던 선원이 우리에게 보고했다. 저 앞의 섬에서 물과 약간의 식량을 채우고 떠나면 다음 섬이 바로 해군본부 직속 해군 지부가 있는 로그타운이었다. 츠루 씨가 분명 로그타운에 도착하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해병들이 있을 거라고 말했다.
섬에 접근한 우리는, 마을로 보이는 곳 근처에 있는 선착장에 배를 댔다. 검을 가르치는 해군 도장이 있는 나름 규모가 있는 마을이었다. 우리는 마을로 다가가 양해를 구하고, 물과 식량을 구매할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승낙을 받은 나는 선원들에게 돈을 쥐어 주고 식량을 배에 옮겨 놓으라고 한 뒤, 내 뒤에서 마을을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는 도구라와 마구라를 데리고 마을 구경을 하기 시작했다. 드래곤은 해군 도장에 볼일이 있는지 그곳으로 향했다.
"안녕?"
우리는 돌아다니다 중년 여성과 어린아이 둘을 마주쳤다. 나는 도구라, 마구라 형제와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꼬맹이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사가라는 이름의 흑빛 머리를 한 남자 어린아이가 마야라는 이름의 연하늘 색의 머리색을 가진 여자 어린아이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내가 인사를 건네자 호다닥 중년 여성의 뒤로 숨어 버렸다.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해야지."
중년여성은 인사도 안 하고 자기 뒤로 숨어 버린 아이들의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 주면서 인사를 시켰다. 인사를 받은 나는, 잠시 자리를 옮겨 아이들끼리 놀게 하고, 여성과 이야기했다. 이자야라는 이름의 45살 여성이었는데, 자신을 무녀라고 소개했다.
생각지도 못한 여성의 정체에 난 호기심이 들어 이것저것을 물어 봤다. 이 섬 근처는 폭풍우가 몰아치는 날이 많아 쉽게 외부인이 올 수 없는 구조라고 했다. 그동안 찾아온 외부인보다 난파된 배나 떠밀려온 시신이 더 많다는 이 아스카 섬에서 정말 오랜만에 찾아온 외부인이라며 여성은 이것저것을 말해주었다.
그러다 이 섬의 전설 이야기도 듣게 되었는데, 정말 흥미로웠다. 먼 옛날, 붉은 달이 뜬 밤, 아스카 나라의 세 왕자가 아름다운 무녀에게 동시에 반해 버렸는데, 왕자들은 무녀의 사랑을 얻기 위해 왕가의 성검인 칠성검을 서로 차지하려고 전쟁을 벌였다고 한다. 이로 인해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는데, 설상가상으로 칠성검이 전쟁에서 희생된 이들의 증오가 섞인 피를 빨아들여 요도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다.
원래 요도는 대부분의 사용자들에게 좋지 않은 끝을 초래시키는데, 요도가 된 칠성검 역시 엄청난 살육을 발생시켜 결국 아스카 나라는 파멸했고, 나머지 사람을 지키기 위해 무녀가 칠성검의 증오를 받아들이고 자신의 목숨을 바치게 되었는데, 그제야 자신들의 잘못을 깨달은 왕자들이 아스카 신들에게 받은 세 개의 보옥으로 칠성검을 봉인했다는 이야기였다.
'신의 창'이라 불리는 칠성검과 '신의 방패'라고 불리는 세 개의 보옥에 대한 전설을 들은 나는 이상하게도 좋지 않은 감이 들어 실제 그것들이 존재여부를 물어 봤다. 이자야는 실제로 존재는 하지만 그것이 봉인된 장소는 함부로 알려줄 수 없다고 하였다.
그 후, 나머지 자잘한 이야기를 마친 나는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말하며 그녀에게 악수를 청했다. 그녀가 내 손을 잡은 순간, 나는 견문색(見聞色)을 그녀에게 집어넣어 과거를 읽어냈다.
나는 도구라와 마구라를 배로 데려간 후 혼자 몰래 마을 뒤 산으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자야의 기억 속 동굴을 발견하고 안으로 진입했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동굴은 점점 넓어지고 있었고 이윽고 거대한 석벽을 마주했다. 그녀의 기억 속에 석벽을 열 수 있는 방법이 있었지만, 나는 그 방법을 이용하는 대신, 석벽에 손을 대고 힘을 주기 시작했다.
그그긍!!!
돌이 끌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며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내가 들어갈 정도의 공간이 생기자 나는 안으로 들어갔다. 안쪽에는 제단이 있었는데, 그 위에 세 개의 보옥이 박혀 있는 검이 보였다.
"이게 칠성검인가. 생각보다 평범하게 생겼는걸?"
나는 뉘여져 있는 검에 손을 뻗었다. 내 손이 닿자 검은 서서히 붉은 아지랑이를 뿜기 시작하더니 빨갛게 물들어갔다. 동시에 내 머릿속에 이상한 환청이 들리기 시작했다.
'전부 죽여라! 심장을 찌르고 목을 베는 거다!'
정신력 수련이 충분히 된 나는 그 환청에 이끌리지 않았다. 하지만 기분이 몹시 더러워졌다. 5년 전 거대 호랑이에게 당하고 기어 도망갈 수밖에 없었던 그때만큼, 아니 그보다 더. 기분이 더러워지다 못해 화가 치밀어 오른 나는 칠성검에 내 무장색(武裝色)을 모조리 때려 박았다.
파직! 파직!
밀려오는 무장색(武裝色)과 붉은 아지랑이는 충돌을 빚었다. 하지만 그도 잠시, 붉은 기운은 내 패도적인 무장색(武裝色)에 잡아 먹히기 시작했다. 환청은 점차 사라지고, 칠성검에 깃든 증오와 사념들이 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동시에 이상하게 좋지 않던 감이 완전히 자취를 감쳤다. 칠성검이 완전한 흑도(黑刀)로 변했을 때, 나는 무장색(武裝色)의 발동을 중지시켰다. 형질이 변한 것인지 무장색(武裝色)을 거뒀음에도 완전한 흑도(黑刀)를 유지하고 있었다.
나는 그대로 검을 들고 마을로 내려와 이자야를 찾아갔다. 처음엔 내가 들고 있는 검을 눈치채지 못한 듯했지만, 이내 검에 박힌 세 개의 보옥을 보고는 그것이 칠성검이라는 사실을 알아챘다.
"이제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돼. 전부 해결됐다."
나는 그녀에게 검을 건네며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내가 그녀의 과거를 살폈을 때, 전설에는 그녀가 말하지 않았던 또 다른 진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칠성검은 100년에 한 번, 붉은 달이 뜨는 날 재봉인했어야 했는데, 그 방법이 무녀가 희생하는 것이였다. 무녀의 피를 갖고 태어난 자신의 손녀가 다가오는 100년의 희생양이 될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을 알고 있는 이자야의 속은 무녀의 피를 물려준 자신을 자책하는 감정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무녀가 희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모양만 같을 뿐 완전히 다른 검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추가로 나로 인해 흑도(黑刀)로 변한 칠성검은 검에 무지한 사람이라도 휘두르기만 하면 검에 담겨 있는 내 무장색(武裝色) 패기(覇氣)를 소모해 큰 힘을 낼 수 있었다. 비록 몇 번 휘두르지 못할 테지만, 해적이 쳐들어 온다던가 하는 그런 위기 상황에서는 유용할 터였다.
그녀는 흐느끼며 감사를 표했다. 나는 그런 그녀를 위로하고는 배로 돌아갔다. 마야와 사가는 도구라, 마구라와 그새 정이 들었는지 울면서 작별 인사를 했다. 선물을 주고 받은 듯 넷의 목에는 같은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그렇게 이별을 하고, 우리는 로그타운으로의 항해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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