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아카이누(4)
'어디서 부터 잘못됐을까?'
비바람을 뚫고 줄리아네 섬으로 날아가는 지금, 사카즈키에게 드는 생각이었다. 지부에 기록된 이삿짐 배의 출항시간이 3시간 전이었다는 걸 발견했을 때는 충격으로 호흡을 가다듬을 수 없었다. 격한 호흡을 겨우 진정시킨 그는 줄리아네 섬을 기록한 기록지침을 들고는 월보로 날아갔다. 날아가는 사카즈키를 보고 해병들이 뭐라 외쳤지만 들리지 않았다. 사카즈키는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계속해서 기어나오는 끔찍한 상상이 저주스러웠다. 상상은 사카즈키의 몸을 더욱 채찍질했고, 격한 흥분에 뿜어져 나오는 도파민은 허벅지를 한계 이상까지 쥐어짰다. 날아가는 사카즈키의 얼굴에 흐르는 물줄기는 눈물인가, 아니면 쏟아지는 빗방울인가. 무사하기만 하다면 아무래도 좋았다.
그의 마음에 응답이라도 하듯 사카즈키의 몸은 한계를 넘겼음에도 계속 움직여 결국 2시간 안에 줄리아네 섬까지 도착하고야 말았다. 착지한 사카즈키는 당분간 '월보'는 쓰지 못할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허벅지에 엄청난 통증이 몰려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대로 있을 수는 없었다. 사카즈키는 통증을 참아가며 다리를 움직여 마을로 향했다.
"줄리아!!!! 이안!!!!"
마을로 도착한 그는 목이 쉬어라 줄리아와 이안을 불렀으나 이내 이상한 점을 느낄 수 있었다. 마을이 너무 고요했던 것이다. 이제 제대로 움직이지도 않는 다리를 이끌고 이삿짐 배가 정박하는 해변가로 향했다. 그곳에는 마을 사람으로 보이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무릎을 꿇은 채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그들 주위로는 칼을 찬 해적들이 킬킬 대며 웃고 있고 있었고, 정박지 앞에는 나무의자에 앉아 있는 선장이 보였다. 선장 무릎에는 흰 원피스를 입은 은색머리카락의 소녀가 앉혀져 희롱을 당하고 있었고, 발 밑에는 똑같이 은색 머리카락을 가진 소년이 깔려있었다.
줄리아와 이안이었다. 그 광경을 본 사카즈키는 눈깔이 돌아가 돌진했다.
"아아아아!!!!!"
영문을 알수 없는 괴음을 지르며 돌진하는 사카즈키를 발견한 해적들은 성치 않은 다리를 가지고 절뚝이며 달려오는 그 모습이 우스워보였는지 킥킥 대다가 몇 명이 사카즈키 앞으로 나갔다. 돌진하는 사카즈키에게 수직으로 내려친 칼. 당연하게도 사카즈키에게는 맞지 않았다. 해군본부 대위는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내려치는 칼날에 사카즈키는 사이드로 스텝을 밟아 피한후 그대로 리버블로를 날렸다. 간에 순간적으로 강한 충격에 해적은 숨이 턱 막혔고, 커헉대며 구부러진 상체에 어퍼컷을 날려 단번에 실 끊어진 인형처럼 모래사장 위에 쓰러뜨렸다.
"!!!!"
고작 한명, 게다가 부상을 입은 상대. 해적들은 그렇게 안일하게 생각해 그가 입고 있는 정의(正義) 망토를 눈으로 보고도 까맣게 잊어먹었던 것이다. 쓰러진 녀석의 복수라도 하는 듯 기합을 넣으며 달려든 해적의 공격도 쉽게 피한 뒤 순식간에 뒤를 잡아 초크를 걸었다. 목에 걸린 두꺼운 팔을 푸려고 안간힘을 쓰기도 잠시, 고작 3초도 안되는 시간만에 해적은 시야가 암전되며 기절해버렸다.
다른 녀석들도 처리하려는 찰나 박수소리가 들렸다.
짝! 짝! 짝! 짝!
"훌륭해!! 사카즈키 대위!! 역시 '그년'의 부하다워!!"
선장은 줄리아를 희롱하던 손을 떼고서는 사카즈키를 향해 박수를 쳤다. 선장의 발 밑에는 이안이 깔려 있었는데, 가까이서 보니 머리에 피도 흘리고 있었다. 어떻게 선장이 사카즈키의 이름을 알았는지는 지금 중요하지 않았다. 오직 줄리아와 이안의 생사여부가 문제였다.
"우리 구면이지~?!"
선장은 저번 체포 작전 때 참여했던 사카즈키를 기억하는 모양이었다. 곧 지원팀이 오니 여기서 항복하라는 사카즈키의 말에 선장은 그저 비웃으며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잘 들어라!! 너희가 압수한 내 기록지침, 그리고 군함, 마지막으로 나를 쫗지 마라!! 그렇다면 이들을 살려주도록 하지!!"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어처구니 없는 조건을 얘기하는 선장의 말에 사카즈키는 저항을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럼 어쩔 수 없지. 전부 죽이는 수밖에"
"그 손 놔!!!!"
선장은 한 손으로는 줄리아의 목을 잡고 조였고, 한 발로는 쓰러져 있는 이안의 목덜미를 지긋이 밟았다. 줄리아는 숨이 막히는 고통에 연신 선장의 손을 긁어봤지만 소용없었고, 이안은 목이 조여져 가는 현상에 몸이 움찔거렸다.
"그만둬!!!"
"네가 내 조건을 수락하지 않는다면 죽는 건 시간문제다."
선장은 줄리아와 이안을 잡고 있는 손과 발에 힘을 조금 풀어 겨우 숨을 쉴 수 있을 정도까지만 만들었다. 헉헉대며 연신 거친 숨을 쉬어대는 줄리아의 얼굴에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냥 도망되지 않나!! 어째서 이런 짓을 하는거지?!!!"
선장은 사카즈키의 의문에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 듯 구겨진 표정으로 답해주었다.
"너도 그년의 부하니까 잘 알겠지. 그년이 이곳에 부임한 뒤로 신세계로 나간 해적의 수가 얼마나 되는 지 알고 있나?!!"
사카즈키는 선장이 말하는 그년이 다단 준장이라는 걸 깨달았다. 선장은 다단 준장의 이름을 입에 담기도 싫었는지 얼굴을 더욱 찌뿌리며 욕설과 비난을 이어나갔다.
"단 한척도 지나가지 못했다. 단 한척도!!! 그년은 '악마'다. 이름난 해적도 그렇지 않은 루키 해적들도 모두 '악마'의 상대가 되지 못했지."
"다단 준장은 해군으로서 옳은 일을 한 것 뿐이다!!!"
사카즈키는 차마 다단 준장을 욕하는 선장의 말을 들을 수 없어 소리쳤지만 선장은 그를 무시하고는 말을 이었다.
"우리가 금사자 시키의 산하 해적단에 들어갔을 때, 그년 때문에 신세계에 건너갈 수 가 없었지. 그래서 그분께서 어떻게 했는지 아나?"
"..."
"No.3를 불러 우리를 안전하게 데려오도록 명령하셨지. No.3가 섣불리 움직이는 건 해군본부에 포착될 가능성이 높아 위험하기에 신생 해적단처럼 숨기고, 신세계 바다를 거슬러와 신세계 초입으로 우리를 데리러 왔다."
사카즈키는 다단 준장이 잡은 해적들이 하도 많아 그가 말하고 있는 No.3가 누군지 알 수 없었다. 시키 해적단의 No.3 정도면 엄청난 강자일 터인데 그런 인물은 근무 도중 만나본 적이없었다.
" 크크크, 그래서 No.3가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지 않나?"
"..."'
"그년한테 죽었다!!"
"!!!"
"엄청난 실력차이였지. 방심도 하지 않았어. 개미처럼 가지고 놀다가 죽였다는 말이다!!"
그의 말에 생각나는 일화가 하나 있었다. 분명 순찰 경계선까지 순찰하고 돌아오는 군함에서 신세계 초입으로 가는 해적단을 발견한 적이 있었다. 분명 처음보는 심볼이었기에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전투를 진행했었는데 의외로 저항이 거셌었던 기억이 있다. 선원 하나하나가 신세계로 처음 들어오는 루키 해적단 선장 급이었다. 분명 다단 준장이 그 때, 선장을 몇 대 쳐보고 이래도 버텨? 라고 말하면서 몇 대 더 때리다가 머리를 터뜨린 해적이 있었는데, 아마 그 사람일 것이다. 그 모습을 본 선원들은 모두 싸울 기력을 잃어 빠르게 제압할 수 있었다.
"결국 이곳도 그년의 영토!! 배가 있어도 그년이 도망치는 걸 허락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어때, 내 요구조건을 응할 마음이 생겼나?"
"...정말 조건을 지키면 살려주는 거냐?!!"
"크크크, 그렇고 말고."
선장은 사카즈키를 향해 전보벌레를 던졌다. 피가 묻어있는 걸 보니 아마 이삿짐 배의 선원을 죽이고 강탈해온 것 같았다. 사카즈키는 떨리는 손으로 G-1 지부의 다이얼 번호를 눌렀다.
벌레벌레벌레!! 벌레벌레벌레!!
수년과도 같은 수초가 지난 후 통신이 연결됐다.
딸깍!
"사카즈키!! 괜찮나!!!"
분명 G-1 지부로 걸었건만, 지금 해군본부에 있을 다단이 전화를 받았다. 그목소리를 알고 있다는 듯, 선장이 경기를 일으켰다.
"이자식!!! 그년한테 걸었겠다!!! 전부 죽여주지!!!"
"아니야!! 분명 G-1 지부에 걸었어!!!.. 설마?"
"아, 아! 이미 도착한 모양이군. 야 해적,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봐라!"
다단은 전보벌레에서 들은 약간의 정보를 가지고 상황을 파악했다. 사카즈키의 주변에 해적이 존재하고, 그 상황에서 지부에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에서 한 가지 상황을 도출해냈다. 바로 해적이 흔히 하는 인질 잡고, 조건 요구하기다.
"요구조건 말해봐라!! 지금 거기로 가고 있으니까 인질 죽일 생각은 하지도 말라고!!! 곱게는 안죽을거다."
분명 그 자리에 존재하지 않음에도 다단은 상황을 이끌어나갔다. 선장은 어쩔 수 없이 사카즈키에게 말했던 조건을 다시 한번 말했다.
"그래? 알았다. 지금 군함 끌고 가고 있으니까 이걸 주지. 그리고 기록지침은 야!!!.....어어, 여기 있다고 하네. 그리고 10일 동안 쫓지 않아주지. 그때까지 도망가봐라.
"이이익!!"
"내가 갈때까지 한명도 죽지 않아야 할거다!"
딸깍!
요구 조건을 다 들은 다단 준장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고는 끊어버렸다. 다단 준장 다운 자신감이었다. 선장의 얼굴은 두려움 반, 분노 반으로 울그락불그락하게 변했고, 사카즈키는 승기가 다시 자신쪽으로 넘어온 것을 느꼈다.
"들었지? 빨리 그 둘을 이쪽으로 보내!!!"
사카즈키는 줄리아와 이안을 넘기라고 했으나, 선장은 비열하게 웃어댔다.
"크크크하하하하!!! 그년이 살려만 두면 된다고 했지, 멀쩡히 살려놓라는 말은 안하지 않았나?!!"
이에 사카즈키는 선장에게 돌진했으나, 마을 사람들에의 목에 칼을 대고 있는 해적놈들을 보고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이러면 안될 텐데."
"분명 한명이라도 죽으면 우리는 살아날 수 없겠지. 하지만 그게 네놈같은 애송이 말을 듣을 이유는 되지 않지?!! 나대지 말고 있으라고!!!"
빠드드득
결국 힘이 없어서 일어난 일이다. 사카즈키는 분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이를 갈면서 선장을 노려볼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다단만큼 강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겠지.'
"네놈 눈깔이 마음에 들지 않아. 그래, 너 이 둘을 놓아달라고 했던가?!!"
선장은 인질로 잡고 있는 줄리아와 이안을 발로 툭툭 찼다. 그 진동에 밟혀 있는 이안이 드디어 눈을 떴지만, 뒷머리에 피를 좀 많이 흘렸는지 창백한 얼굴로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사카즈키와 눈이 마주쳤다.
"사카즈키 아저씨!!!"
"이안!!!"
꾸욱!!
"가만히 있으라고, 꼬맹이! 자, 이건 어떻냐! 그년이 올때까지 네가 계속해서 쳐맞는 걸 버틴다면 이둘을 놓아주마."
바둥거리는 이안을 다시 짓밟은 선장은 사카즈키에게 새로운 제안을 해왔다. 너무나 불합리한 제안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계속 짓밟힌 이안이나 계속 목을 졸린 줄리아는 빨리 회복하지 않으면 지금은 살 수 있어도 나중에 가서 이로 인한 합병증이나 부상으로 위험해 질 수가 있었다. 사카즈키는 입을 꾹 다문 채 받아들였다. 자신의 맷집을 믿어야만 했다. 다른 방법이 없었다.
"...알겠다."
입을 꾹 다문 사카즈키는 자리에 굳게 섰다. 선장은 턱짓으로 해적 한명에게 사카즈키를 공격하라고 시켰다. 해적은 조심스럽게 다가오더니 들고 있던 쇠막대기로 사카즈키의 머리를 후려쳤다.
빠악!!
아무 반격도 안하는 걸 확인한 다른 해적들도 다가와 주먹과 발길질로 사카즈키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선장은 계속해서 맞고 있는 사카즈키를 후련한 듯 바라보면서 발 밑에 있던 이안을 발로 차 버렸고, 그 위로 줄리아를 던져 버렸다. 일단 놓아준다는 약속은 지킨 것이다. 그걸 확인한 사카즈키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만 함부로 움직이지 않았다. 놓아줬을 뿐, 선장은 여전히 줄리아와 이안의 곁에 있었으니까.
퍽! 퍽! 빠악!
"이 새끼가 저번에 우리를 그렇게 때렸겠다!!"
"내 주먹맛이 어떠냐!!"
"죽어!! 이새끼야!!"
해적들은 욕설을 입에 담으며 반격도 못하는 사카즈키를 마구잡이로 때렸다. 사카즈키의 피부는 금방 찢어져 피로 범벅이 됐고, 하얗던 정의(正義) 망토는 금세 붉게 물들었다. 온몸에 피멍이 들었고, 허벅지가 성치 않다는 걸 눈치챈 해적들이 사카즈키의 허벅지를 집중 공략하는 바람에 허벅지 근육은 금방 파열돼 제대로 서있을 수 없었다. 결국 무릎을 꿇게 되버린 사카즈키. 하지만 어떤 신음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사카즈키 아저씨!!!"
"사카즈키 씨!!"
"가만히 있어!!!"
혹여나 줄리아나 이안이 위험해질까 사카즈키는 그들에게 가만히 있으라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갑자기 질러진 사자후에 당황한 해적들이지만 금방 돌아와 다시 폭력을 가했다.
줄리아는 이안을 품으로 끌어당겨 보호하면서 온몸을 떨었다. 맞고 있는 사카즈키를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줄리아 남매의 눈에는 끊임없는 눈물만이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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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노벨피아와 조아라에서 동시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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